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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독립출판물을 만들기까지의 과정 (Feat. 칵테일도감 THE MOON)

  • 작성자 사진: MKJO
    MKJO
  • 2023년 8월 1일
  • 5분 분량

최종 수정일: 3월 23일


세계대공황 레시피북, 칵테일도감 THE MOON, 마녀테스트 Becoming a Witch, 민간요법살롱
비크리스탈연구소의 출간목록 4종

1인 독립출판사 비크리스탈연구소장 MKJO의 첫 번째 블로그 페이지입니다. 이 페이지를 클릭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오늘은 어떻게 책을 만들게 되었는지 소소하게 적어보려 합니다.


취미로 책으로 만들고 싶은 주제는 정말 많았습니다. 하고 싶은 말이 많았던 것도 같네요. 출판사를 통하지 않고 스스로 책을 만드는 독립출판 형식으로 시작했는데요. 혼자 모든 과정을 풀어내야 하기 때문에 나름 팔방미인이 되어야 해요. 우선 가장 중요한 기술로는 Adobe의 인디자인, 포토샵 다루기가 있겠죠. 그리고 기획하고 원고쓰기, 부수적으로는 그림그리기, 사진 촬영하기, 인쇄과정 숙지하기. 마지막으로 유통 및 판매, 재고관리까지. 나중에는 오프라인 북페어 출전도. SNS관리도 추가요.


대학생 시절 저는 포토 스튜디오(즉 사진관ㅎ)에서 4년간 아르바이트를 한 적이 있어요. 늘 웨이팅이 있을 만큼 성황이던 곳이었죠. 몇 해전부터 독특한 컨셉의 증명사진이나 개인 프로필사진을 촬영하며 유명해지신 작가님들이 많아지셨음을 느껴요. 저도 진작부터 그런 방식의 창업을 했다면 좋았겠지만.. 당시에 밀려드는 스튜디오 손님으로 하루하루 직원으로서 일하기에도 바빴고 당시에는 너무 어리다고 생각했어요. 당시 SNS같은 큰 영향력을 만들 수 있는 개인 채널도 거의 없기도 했고.


고등학생때 스튜디오 손님응대 아르바이트로 시작했는데 (1년에 딱 새학기 시즌에만요.), 대학생이 되면서 정식으로 촬영, 보정, 인화까지 모든 부분을 점진적으로 발전시키면서 근무하게 되었네요. 오래 일하다보니 저를 특별히 찾아주시는 단골분들도 계셨고, 한 분 한 분 더 잘 찍어드리고, 잘 보정해드리고 싶은 마음에 정말 진심을 다해 작업했어요. 일이 너무 재밌다라고 생각했습니다. 퇴근이 오후 8시인데, 그냥 제가 그러고 싶어서 오후 10시에 퇴근하고 그랬었네요. 더 멋진 완성물로 전달드리고 싶어서. 사진은, 기술도 기술이지만 각자만의 미적 기준, 센스를 녹여내는 과정이라 모든 과정이 정말 흥미롭고, 바로 결과물로 만들어서 드릴 수 있기에 참 매력적이었습니다.



비크리스탈연구소의 핑크빛 명함
처음 만든 비크리스탈연구소의 명함이미지

덕분에 포토샵같은 프로그램 다루기는 그때 손에 다 익어버렸어요. 날이 갈수록 기술적인 테크닉을 더 보완해야 한다고는 느끼고 있지만, 스튜디오에서 일했을 때 익혀 놓은 것들을 지금까지 응용해서 사용해도 큰 무리는 없겠다 싶었습니다. 프로그램 자동화가 되어있는 요즘, 지금도 예전에 했던 것처럼 노가다성으로 하나하나 값 변경해서 하는 걸 재밌어해요.


이런 과정들 덕에, Adobe사의 출판전문 프로그램인 인디자인도 조금은 수월하게 배울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개인 작가님들이 오픈한 원데이클래스에서 인디자인을 배웠어요. 기술적인 면 외에도 책을 스스로 만드는 과정,책을 만들며 느꼈던 개인적인 이야기들을 공유해주셨죠.


그렇게 책 만들기 전체 과정이 어떻게 진행되는가 정도 얄팍하게 알 수 있었던 무렵.


2020년 말 코로나로 인해 암울한 사회 분위기 속에서 저의 몸도 마음도 축축 쳐지고 있었어요. 그리고 30대가 시작된 마당에 도저히 지금 뭐라도 시작하지 않으면 그 근원은 잘 모르겠지만 하염없이 불안해질 것만 같았습니다. "뭐라도..." 그 애매한 궁금증 해소의 방향이 바로 <책 만들기>였던 것 같습니다.


누가 시킨 것이 아닌데 먼저 떠오른 것이 책 만들기라니.


책은 글, 그림, 사진 등을 디지털로 편집한 후 인쇄소에 맡겨서 제작이 되어 완성되잖아요. 그 모든 과정이 제가 당장 시작할 수 있는 일이라고 생각습니다. 게다가 왠지 모르게 잘 하고 싶다는 마음까지. 인쇄에 있어서는, 저의 첫 직장이 패션 회사였고 당시 니트, 쉬폰 등 여러 원단에 각종 디자인을 염색하고 프린트해서 납품하고 영업하는 일을 했었던 게 떠올랐습니다. 물성은 다를지라도 전체적인 생산 프로세스는 비슷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생산과정은 어렴풋 알 것 같은데, 그럼 무슨 주제로 책을 만들지?


첫 책으로 칵테일도감 THE MOON을 기획했습니다. 초장부터 술을..... 저는 어렸을 때부터 흔히 말하는 '술 센 사람'에 속하는 편이었어요. 그래서 다양한 시도를 해보고도 싶었죠. 대학생때 즐겨 다니던 동네(?)는 신촌, 대학로, 홍대. 다들 그렇듯, 개성있는 맥주집, 소주집, 전통주막, 칵테일바 등을 동기, 선배들과 찾아다니며 들락거렸어요.


특히 칵테일이 너무 예뻐서 이것저것 주문해서 마시고 싶었는데 메뉴판에는 슬프게도 칵테일 이름만 적혀있는 거에요. 무슨 맛인지, 색깔인지, 칵테일 레시피는 무엇인지 재료는 뭔지 도통 설명이 안 되어있었어요. 그래서 무작정 이름이 예쁜 것으로 주문했죠. 그 나이에는 무언가 물어보기가 왠지모르게 어색하고 부끄럽기도 해서.


비크리스탈연구소의 독립출판 책 표지 : 칵테일도감 THE MOON

그렇게 10년이 흘렀고 처음 책을 만들고 싶은 마음이 들었을 때-


20살 때의 칵테일 주문하기에 항상 실패했던 절망이 떠올랐습니다. 내가 답답해서 알고 싶은 마음. 나에게도 필요한 공부같은 것. 여기서 중요한 것은 저 또한 전문가가 아니었다는 거에요. 하지만 10년이 지난 후에도 여전히 알고 싶었고 궁금했던 주제였어요. 그래, 지금 공부해보자. 그리고 내가 살릴 수 있는 개성을 섞어서 이쁘장한 책을 만들어보자! 하며 그렇게 시작된 여정이었습니다.


비크리스탈연구소의 독립출판 책 내지 섹스온더비치, 시브리즈, 애플마티니 등  : 칵테일도감 THE MOON

비크리스탈연구소의 독립출판 책 내지 칵테일용어 : 칵테일도감 THE MOON

비크리스탈연구소의 독립출판 책 내지 칵테일 조주 도구 : 칵테일도감 THE MOON

그래서 바로 시작했던 건 <조주기능사> 취득 도전이었어요. 조주기능사는 주류에 관한 전반적인 지식, 실제 업장운영을 위한 내용들까지 파악한 후 필기시험을 치르고, 실기시험에서는 면접관들 앞에서 랜덤으로 제시된 칵테일 3잔을 즉석에서 제조해 완성해내는 과정으로 얻어지는 국가자격증이에요.


하나의 책을 만들기 위해서 혼자 공부하는 것 보다, 조금 더 전문적이고 싶었어요. 당시 신기한 주류를 취급하는 가게를 돌아다니면서 이런데도 있구나- 하고 감탄하면서 조금씩 메모를 추가해갔습니다.


조주기능사 시험을 준비하려면 기본적으로 40가지 칵테일을 다 만들 줄 알아야 하고 마셔봐야 해요. 그 자체가 시험범위였으니까요! 칵테일 뿐만 아니라 맥주, 와인, 샴페인, 한국 전통주, 니혼슈, 위스키, 보드카, 진, 럼, 데낄라, 리큐르 등 주류에 관한 모든 역사와 정보를 공부할 수 있는 기회였어요. (+ 참고로 중국 술의 역사가 대단하다고 들은 적 있는데, 조주기능사 범위에는 없어서 알아보지 않았는데요. 나중에 기회가 된다면 우리나라의 술, 중국 술의 역사도 파보고 싶음!)


이거 너무 좋은데?

조주기능사 준비과정 학원을 등록했고 결국 시험에 합격했습니다. 워낙에 알고 싶었던 내용이어서 그런지 공부할 때도 즐겁기만 했답니다.


비크리스탈연구소의 독립출판 책 내지 나열 : 칵테일도감 THE MOON

책을 쓸 때에는 학원에서 배운 내용뿐만 아니라, 제가 손님의 입장에서 생각했던 점들과 알고싶었던 점들로 점차 내용을 확대하면서 원고를 고치기를 수 차례.


저는 그림그리기를 정말 좋아해요. 어릴 적 꿈은 화가나 만화가였을 정도로. 그런데 처음 책을 내면서 그림까지 그리려니 약간 부담스러운 부분이 있었습니다. 첫 책에서 만큼은 들어가는 대부분의 그림을 외주를 부탁드렸어요. 그것도 처음으로 시도해 본 하나의 과정이었죠. 총 제작비 부분도 중요하게 고려해야 했기 때문에, 나머지 칵테일 만드는 도구같은 간단한 그림은 직접 그렸습니다.


당시 술과 칵테일에 관한 실용서적 외에도, 소설책과 인문학책도 많이 탐독했어요. 아무래도 글을 쓰는 것이다보니 조금 더 다채로운 생각이 났으면 좋겠다 싶었던 이유였습니다. 그리고 애초부터 "한 눈에 보기에도 예쁜 책"으로 만들고 싶어서 스스로 밝은 마음을 유지하며 글을 쓰고자 노력했습니다.


칵테일도감 THE MOON의 칵테일 소개 페이지에는 칵테일 별 각각에 맞는 에세이도 실려있어요. 제가 직접 겪었던 경험들을 칵테일이라는 주제와 섞어서 창작한게 거의 대부분이라.. 사실은 거의 제 일기장이라고 봐도 무방(?).



크라우드펀딩 텀블벅에서 칵테일도감 THE MOON이 성공적으로 후원 달성한 페이지

기획한 내용을 크라우드펀딩 플랫폼인 텀블벅에 공개했고. 결과는, 첫 책으로는 예상 외로 많은 분들이 후원해주셔서 다행히 제작비를 훌쩍 넘인 모금액을 달성할 수 있었습니다. 오 이런 기적이 ㅠ


처음이라 긴장도 많이 했지만 그만큼 더 잘 하고 싶은 마음이 강렬했어요. 조금만 더, 하면서 수정하고 공부하고 수정하고 공부하고. 다행히 펀딩이 끝난 이후로도 책을 입고한 서점에서 꾸준히 찾아주고 계세요.


코로나 기간이라 집에서 칵테일을 제조하는 홈바, 홈텐딩같은 것도 갑자기 인기가 많아졌는데요. 요즘에는 증류주나 각종 전통주도 편의점에서 쉽게 구할 수 있기 때문에 집에서 칵테일 만들기가 정말 간편해졌어요. 그래서 이 책을 반가워하시는 분들도 더 많아진 것 같습니다.


첫 책을 만든 지 거의 3년이 되어가는 지금, 처음으로 만든 <칵테일도감 THE MOON>은 여전히 제가 만든 출판레이블인 비크리스탈연구소의 스테디셀러입니다.


<좋아하는 일을 해라> 라는 말이 있습니다. 그런데 좋아하면 정성을 들이고 싶어지는 것 같아요. 대충 하기는 싫거든요. 돈만 생각하기도 싫거든요. 누가 시킨것도 아니거든요. 그런데 잘 해내고 싶은 거. 그런 게 아닐까요?

비크리스탈연구소의 독립출판 책 표지 : 칵테일도감 THE MOON

저의 작은 작업실에서도 촬영도 진행했습니다. 인터넷 몰에서 배경지를 사고, 쓰지 않고 방치했던 저렴한 미러리스 카메라를 오랜만에 꺼내고, 포토샵으로 보정까지. 조명은 비싸서 못 샀어요. 그냥 낮에 들어오는 태양빛으로 찍어요. 예전에 스튜디오에서 일했던 만큼의 좋은 장소는 아니지만, 역시나 최대한 그때 썼던 기술들을 응용합니다.


어렸을 때부터 쌓아 온 기술적인 면, 경험적인 면, 스스로 나는 무엇을 좋아하고 할 수 있나를 생각해오던 것들을 하나둘 씩 통합하는 과정을 거치니 이렇게 <칵테일도감 THE MOON>이 탄생했습니다.


단순한 블로그 포스팅을 하려던 것인데 뭔가 저 스스로도 전 과정을 복기하게 되었네요. 제 자신도 느낀 바가 많았던 책 만들기의 과정이었습니다. 누군가의 인생도 이와 비슷할 거에요. 내가 누군지 아는 것이 중요하고, 내가 잘 하는 것이 무엇인지 생각해보고, 정말 작은 한 발 부터 내딛으면 결국 하나의 무언가가 나타난다는 과정. 그리고 많은 분들이 같이 동참해주실 수 있다는 보람. 참으로 오묘하고 신비로운 시간들이었습니다. :)



칵테일도감은 1쇄는 감사하게도 동이 났고, 2쇄를 거쳐 3쇄까지. 이 모든 과정이 담긴 <칵테일도감 THE MOON>은 아래 페이지에서 구매하실 수 있습니다 :)






또는, 독립출판서점에도 입고되어 있어요.


  • 이후북스 (서울 망원)

  • 에이커북스토어 (전주)

  • 고스트북스 (대구)

  • 주책서점 (부산)

  • 책빵소 (강원도 원주)


칵테일도감 THE MOON, 세계대공황 레시피북, 마녀테스트 Becoming a Witch, 민간요법살롱 책 실물이미지

비크리스탈연구소라는 이름으로 제작한 나머지 독립출판도 궁금하시다면 아래 홈페이지로 돌아가기를 클릭해주세요.


긴 글을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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